#2 모두 서비스를 만드는 시대에서 놓치는 것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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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세요 – 책소개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 저자 : 정그린
  • 출간 : 한빛미디어, 2026

이 글은 릴리즈스톡 개발 시리즈 와 이어집니다.

우리는 오늘날 AI의 힘을 빌려 누구나 생각만 하던 아이디어를 서비스로 구현해보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게 와이어프레임과 MVP까지 만드는데는 30분이 걸리지 않고, 밑단 작업까지 하면 일주일이 안되는 사이 제품 출시가 가능하다. 즉, 우리는 대격변의 시대에 살고있다. 하지만 모두가 사업가를 자처하며 생략하는 과정 중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으면 전혀 알 수 없는 분야가 몇가지 있다. 그중에 하나가 ‘사용자 경험 설계’다. 오늘 UX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도움을 받았던 책 하나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놓치기 쉬운 부분들 부터 사용자별 페르소나를 두고 UX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까지, 다양한 케이스를 예시로 들며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사용자 경험에 대해 설명한다.


열다섯 명이 아니라 한 사람의 열다섯 순간

저자는 사용자를 열다섯 유형으로 나누지만 책 끝에서는 ’15명의 사용자 모두, 결국 단 한 사람’이라고 정리한다. 유형을 외우라는 뜻은 아니었던 것 같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서두르는 사용자였다가, 낯선 툴 앞에서는 시작하는 사용자가 되고, 결제 중에 화면이 멈추면 불안한 사용자가 된다. 그러니 설계자가 붙잡아야 할 것은 사람이 아니라 ‘경험이 작동하는 순간’이다. 유형마다 설계 원칙을 몇 가지씩 붙여두었는데 다 세면 여든여덟 개다. 그리고 마지막 쪽에서 ‘책을 덮기 전에,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서비스를 점검해보세요’라며 유형별 질문 열다섯 개를 던진다.

그래서 체크리스트를 검증해봤다. 릴리즈스톡은 내가 만들어 운영 중인 서비스지만 화면은 늘 ‘동작하면 된다’는 기준으로 내보냈고 그 기준으로는 걸리는 게 없었다. 여든여덟 개 원칙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화면 서른 장 남짓과 문구 파일 전체에 대봤더니 걸리는 게 꽤 나왔다. 그중 세 개만 골랐다. 잘한 것 하나, 못한 것 하나, 고칠 것 하나.

품절을 세 번 말하고 있었다

‘여러분의 서비스가 실수를 방치하고 있지는 않나요?’ 불안한 사용자를 다룬 장이 던지는 질문이다. 상태 좋은 중고 카메라는 올라오면 금방 팔린다. 스물한 개 매장을 긁어 모으는 서비스라서 매장에서는 팔렸는데 우리 화면에는 남아 있는 매물이 늘 생긴다. 클릭해 들어갔더니 이미 품절인 경험은 이 서비스가 처음부터 안고 있던 문제였다.

지금 화면은 이걸 세 번에 나눠 말한다. 저장함에서는 사진을 흐리게 깔고 붉은 SOLD를 얹어 색과 글자와 모양으로 한 번. 그 매물을 열면 ‘판매완료’ 배지와 ‘마지막 확인: 8월 16일’을 붙여 두 번. 그래도 매장으로 가겠다고 누르면 ‘품절되거나 샵에서 제거된 매물입니다. 그래도 이동하시겠습니까?’라고 묻고 취소와 이동을 나란히 둔다. 저장함에 쌓인 품절 매물을 한꺼번에 정리하는 버튼도 지우기 전에 한 번 더 묻는다.

저자는 품절 안내를 라이팅 원칙 중 유용성의 예시로 든다. ‘그럼 언제 다시 살 수 있는지’가 궁금한 사용자에게 재입고 일정을 줄 수 없다면, 대신 사용자가 지금 취할 수 있는 행동을 붙이라는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행동 앞에서는 먼저 물어보라고도 한다. 다만 확인창이 너무 잦으면 사람들은 읽지 않고 누르게 되니 정말 되돌릴 수 없는 순간에만 쓰라고 덧붙인다. 품절 흐름 안에서 우리가 묻는 자리는 매장으로 나갈 때와 일괄 삭제할 때 둘이라 이 경고에는 걸리지 않은 것 같다. 걸리는 게 있다면 일괄 삭제 창이 몇 건을 지우는지 말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가 든 예시는 ‘이 사진 24장을 삭제하시겠습니까?’였다.

솔직히 이 세 겹은 책을 읽고 만든 게 아니다. 3월 초부터 매장 상세 페이지를 다시 읽어 품절을 판정하는 코드를 붙이기 시작했는데 3월 말에도 ‘품절 상품이 계속 노출된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그 뒤로 매장 아홉 곳, 세 곳, 한 곳씩 판정기를 늘려가며 다섯 달째 싸우는 중이다. 품절 매물은 아예 못 들어가게 막아두었다가 6월에 ‘그래도 갈 수 있게 하되 한 번 묻자’로 바꾼 것도 그 과정에서 나왔다. 책을 읽고 나서야 그 결정에 이름과 근거가 붙었다. 감으로 해온 결정을 이렇게 되짚을 수 있다는 게 이 책에서 얻은 것 중 가장 컸다.

같은 것을 다섯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여러분의 서비스는 사용자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나요?’ 들어주는 사용자를 다룬 장의 질문인데, 여기서 걸렸다. 매물을 하트로 저장하는 기능 하나를 우리 화면은 저장함이라 부르고, 매물 상세에서는 ‘1명이 좋아요를 눌렀습니다’라고 하고, 하트를 다시 누르면 ‘저장 해제’라는 제목 아래 ‘제거’ 버튼이 나오며 누르고 나면 ‘삭제되었습니다’가 뜬다. 스크린리더가 읽는 이름은 ‘북마크 추가’다. 저장, 좋아요, 제거, 삭제, 북마크. 한 기능에 이름이 다섯이다.

품절도 마찬가지다. 카드에는 SOLD, 상세에는 ‘판매완료’ 배지와 SOLD OUT 버튼, 필터에는 ‘품절 제거’, 확인창 제목은 ‘품절 매물’. 알림은 문구 파일에서 ‘알람’이 62번, ‘알림’이 8번 나온다. 매장은 어떤 화면에서는 ‘샵’이고 어떤 화면에서는 ‘매장’이다.

저자는 라이팅의 다섯 요소를 피라미드로 그린 뒤 맨 꼭대기에 일관성을 놓는다. ‘앞선 단계들이 제 아무리 훌륭해도, 화면마다 말투와 사용되는 용어가 다르다면 사용자는 혼란스러워질 뿐’이고 같은 기능이면 같은 문구를 써야 사용자가 읽을 때마다 새로 배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됐는지는 짐작이 간다. 이 서비스는 여섯 달 동안 이슈 번호 단위로 자랐다. 저장 하트는 3월 9일에, 좋아요 수 표시는 이틀 뒤에, 품절 일괄 삭제는 여름에 붙었고 그때마다 그 화면의 문구만 썼다. 백엔드에서는 테이블 이름이나 응답 필드를 한 번 정하면 다른 코드가 그 이름에 기대고 있어서 쉽게 바꾸지 못한다. 화면의 문구는 기대는 데가 없으니 그때그때 썼고 정리해둔 용어 목록도 없었다. 저자가 일관성을 피라미드 맨 위에 둔 이유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검색 결과 옆에 버튼 하나가 비어 있다

고칠 것은 품절 그림 오른쪽에 있던 ‘알림 받기’ 버튼이다. 이 서비스에는 키워드를 등록해두면 새 매물이 올라올 때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 검색만 하던 사람이 키워드를 등록하는 순간이 사용자를 붙잡는 전환점이라고 본다. 그런데 정작 검색 결과 화면에는 그 버튼이 없다. 키워드는 설정 시트나 신규 매물 화면 상단으로 따로 들어가서 등록해야 한다. 검색 화면 코드 천 줄 남짓에 알림과 관련된 줄은 한 줄도 없다.

검색 결과 상단, 조건 저장 옆이 비어 있다

이게 문제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키워드 알림이 안 온다는 피드백을 열어보면 ‘니콘 105mm f2.8’을 등록했는데 ‘니콘 NIKON 105mm F2.5 ais’ 매물이 안 걸렸다는 식이다. 매칭 규칙을 사용자가 알 길이 없으니 그럴 만하다. 방금 검색한 검색어를 그대로 키워드로 등록하게 하면 이 문제는 꽤 줄어들 것 같다. 사용자는 이미 그 검색어로 무엇이 걸리는지 눈으로 본 상태니까.

저자의 그림에 맞춰 옮기면 이렇다. 검색 결과 상단, 조건 저장 버튼 옆에 ‘이 검색어로 알림 받기’를 둔다. 결과가 0건일 때는 ‘지금은 없어요. 올라오면 알려드릴까요?’로 바꿔 묻는다. 무엇이 문제이고 왜 그런지, 그래서 지금 뭘 할 수 있는지를 한 문장에 담으라는 저자의 요구를 따른 문구다. 시작하는 사용자를 다룬 장에서 저자는 서비스에 들어온 사람이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가’를 묻는다고 했다. 검색 결과가 없는 화면에도 지금 당장 해볼 수 있는 일이 하나 생기는 셈이다.

조건 저장 옆에 ‘이 검색어로 알림 받기’
0건일 때 ‘지금은 없어요. 올라오면 알려드릴까요?’

감으로 만든 화면에 근거를 대주는 책

앱에 애니메이션이나 모션이 많지 않아서 세 케이스가 모두 라이팅을 다룬 장에서 나왔다. 화면의 생김새보다 화면이 하는 말이 먼저 걸렸다는 뜻인데, 백엔드에서 온 사람에게는 이게 맞는 순서인 것 같다. 말은 코드처럼 리뷰할 수 있고 이 책의 원칙은 그 기준으로 쓸 만큼 구체적이었다. 처음에는 토스나 배달의민족, 쿠팡 같은 큰 서비스의 사례가 혼자 만드는 서비스에도 맞을까 싶었는데, 원칙 하나하나가 품절 안내 한 줄과 버튼 이름 하나까지 내려와 있어서 규모와 상관없이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었다. 읽는 동안 이슈가 세 개 생겼고 검색 결과의 알림 버튼과 용어 정리는 빠른 시일 안에 실제 서비스에 적용해볼 예정이다. 책을 덮자마자 고칠 곳이 정해지는 책은 드물다. 자기 서비스의 화면을 한 번쯤 남의 눈으로 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특히 나처럼 화면보다 서버가 익숙한 사람이라면 마지막 쪽의 질문 열다섯 개부터 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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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