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간되어 많은 인기가 있었던 ‘면접의 질문들 (김형식 저)’ 책의 일부분이다. 기대를 많이 하고 봤는데 직장생활 좀 한 사람이면 잘 아는 내용들의 나열이다. ‘평소 태도를 바르게 하고 본인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객관화 해라.’ 이 책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그렇다.
그래서 인터뷰 자체 또는 인터뷰어에 대한 인사이트가 목적이라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이 꼭지는 커리어에 대한 여러 생각들 중 일맥상통 하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의 일부분이라 가져와봤다.
근무 기간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번 이직한’ 지원자를 좋아하는 면접관은 없다. 그 이유는 누구나 쉽게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잦은 이직을 한 사람은 합격 후에도 불만을 느끼면 그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언제라도 다른 회사로 떠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평생 직장’의 의미가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지만, 그렇다고 이직을 가볍게 여기는 지원자를 이해해 줄 회사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어느정도 다녀야 이러한 위험에서 벗어날까?
1년이면 될까, 2년은 다녀야 할까, 아니면 그 이상이어야 할까? 오래 다닐수록 좋게 볼까? 오래 다닐수록 좋게 볼까? 너무 오래 다녀서 불이익을 받는 기간이 있다면 어느정도의 기간일까?
물론 이러한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면접관마다 다르고, 회사의 인재상이나 업종 특성, 그리고 지원자의 경력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근무 기간에 대해 왜 이런 종류의 우려가 생기는지 관심을 가지고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왜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그렇게 빨리 그만두는 것일까? 가장 단순한 답으로는 ‘생각했던 것과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신입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난다. 학교와 회사는 다르다. 자신의 시간을 조절하면서 다닐 수 있는 학교와 달리, 회사는 제한된 공간에서 하루에 8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점심시간이 편하지만은 않을 테고 퇴근시간 이후, 그리고 주말도 예외 없이 일하게 될 수도 있다. 업무를 완전히 잊은 채 휴식에만 집중할 수 있는 회사도 많지 않지만, 실제로 휴식을 장려하는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업무와 관련된 절대적인 시간 자체를 견디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회사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 안에는 이미 어느정도 형성된 프로세스가 있다. 자신이 옳다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이 있다 하더라도 사내에서 합의된 프로세스대로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왜 그래야 하는지 의문을 갖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회사의 방식이 나름대로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 때론 불만이 쌓이고 위축될 수 있다.
많은 신입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수는, 직장생활 초기에 흔들리는 신입사원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차근차근 업무를 설명해 주며, 칭찬과 격려를 아까지 않는 그런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수는 현실에서 흔치 않다. 그렇다고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악의를 가지고 어떻게든 신입의 잘못을 찾아서 괴롭히는 그런 선임도 거의 없다. 현실에서는 각자 자신의 업무를 하기 바쁠 뿐이다.
누군가에게 일을 나눠주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일을 제대로 분배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할 일과 다른 사람이 할 일을 구분해야 하는데 이것 자체가 사실 쉽지 않다. 설령 구분을 잘 해서 업무분장을 했다 해도, 일의 맥락을 분명히 이해하고 자신이 커버해야 하는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파악하며 적절한 때에 상사에게 질문하고 확인하는, 그런 팀원은 흔치 않다. 한 명이 충원되어서 일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는 쉽게 무너진다. 팀원이 늘면 일정 기간은 일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늘어난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많다. 자연스레 ‘이럴 바에는 그냥 혼자 하는게 낫겠어’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반대로 팀원은 ‘왜 차근차근 설명해 주지 않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을 주려면 일의 배경과 목적을 제대로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야?’ 언뜻 맞는 말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일을 잘 하는 사람은 일을 하는 배경과 목표가 뚜렷하게 주어져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질문을 통해 필요한 내용을 확인하고 해결해 나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하나씩 단서를 풀어나가야 한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서 첫 번째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계속 다닐 것인가. 자신에게 맞는 곳을 찾아 떠날 것인가.
지금의 회사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도 어떻게든 숫자를 채우기 위해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는 말은 아니다. 성장해야 할 직장생활 초기에 이렇게 수동적인 자세로 일하는 것은 더욱 좋지 않다. 그러나 다름의 원인과 해결책을 자신이 아닌 ‘외부’ 로 돌리게 되면 그 해결은 요원해진다. 일단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느끼는 불만을 이해하고 해결을 위한 단서를 찾고 노력하는데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 회사에 오래 다녔다고 반드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짧게 다닌 경력이 반복되는 지원자들은 많은 회사에서 기피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짧게 다녔다면, 그래서 다른 회사로 이직 지원을 하게 되었다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그 경험으로 부터 무엇을 얻었는지 제대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회사에 다니게 되면 이전의 회사와 지금의 회사라는 두 가지 경험 안에서 어떤 것이 유사하고, 어떤 것에 차이가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게 된다. 마치 처음으로 유럽의 도시를 방문하면 모든 것이 좋아 보이다가도 여러 도시를 방문하게 되면 도시와 도시 간의 차이점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첫 번째 회사의 경험이 자신의 상상과 현실 간의 비교라면, 두 번째 회사를 다니게 되면 현실에 있는 두 회사를 비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면접관은 짧게 회사를 다닌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더 정확하게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여러 번 이직한 사람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직장생활 초기일수록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자신에게 적합한 회사를 찾는 기술도 부족하다. 따라서 분명 잘못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잘못에 대해서 곱씹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장기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비교적 이른 시점에 다른 길을 찾아 떠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다음 직장을 고를 때는 훨씬 더 신중해야 하고, 설령 잘못 판단한 경우에도 또다시 이직을 생각하는 것 보다는 시간을 두고 자신의 의사결정 구조를 되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매번 ‘회사가 잘못되었다’ 는 생각으로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찾을 때까지 반복적으로 이직하려는 지원자를 반기는 회사는 거의 없다. 대다수의 직장인이 꿈에 그리는 직장 역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특정 개인에게 딱 맞는 회사란 것은 애초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직이 잦다는 것은 끈기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선구안이 좋지 않다’는 의미도 갖는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을 때 그 책임을 외부가 아닌 자신에게서 찾고, ‘다름’을 풀어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계속 할 것인지 떠날 것인지를 판단하고,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직장을 찾아 나설 것인가 생각하는 과정에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한 번, 두 번 실패가 거듭되면 그다음 선택에 좀 더 신중하고, 생각과 다르더라도 길게 고민하면서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반대로 한 직장을 오래 다니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대략 3년 이상 다니면 ‘빈번하게 회사를 옮긴다’ 라는 인식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5년을 다녔다면 좀 더 끈기 있게 보일 수 있다. 그런데 7년을 다니고 10년을 다니면 어떻게 될까?
회사를 오래 다닐수록 그 회사 안에서는 업무적 자산이 쌓이게 된다.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그 사람들이 주요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서 필요한 순간 리소스를 끌어내기도 쉬워진다. 담당하는 업무에 대한 전문성도 높아지고 익숙한 만큼 일하는 효율도 올라간다. 그러나 그러한 자산 가운데 어떤 부분은 다른 회사에 가서도 통용될 수 있지만, 회사를 옮기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들도 많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한해서만 유용한 업무 자산으로 자신을 채우는 것은 자칫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모두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여러 회사를 다니면 적응력이 좋아지게 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그 자체로 귀한 경험이다. 새로운 틀을 익히고, 낯선 환경에서 다시금 업무 기반을 쌓고, 서로 다른 조직문화를 경험하고, 서로 다른 업종에서 일하게 되면서 ‘특정 회사에 속한 것’과 ‘회사를 넘어 공통되는 역량’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한 회사를 오래 다닌 사람들이 다른 회사에서 반드시 어려움을 겪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여러 회사를 다닌 사람들이 새로운 회사에서의 적응에 유리할 가능성은 더 크다.
결국 짧게 다닐수록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니고, 오래 다닐수록 반드시 유리한 것도 아니다. 최적의 근속 기간이라는 것이 따로 있어서 그즈음에 이직하면 몸값을 가장 크게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 직장을 오래 다녀서 얻을 수 있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이 최선일지 고민하고, 선택하고, 그 결정을 돌아보길 바란다.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자신의 삶에 더 중요한가를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면접에서는 그러나 선택의 이유를 설명하면 되는 것이다.